박경리 "일 잘하는 사내"
대하소설 "토지"를 쓰신 故박경리 선생께서 말년에 쓰신 시 가운데 "일 잘하는 사내" 라는 작품이 있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저마다 맺힌 한이 있어 울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을 거야 누구나 본질을 향한 회귀본능 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 그것 때문에 울었을 거야 이 시을 담은 시집의 제목이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이다. 참으로 솔직하고 담백한 그리고 무언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시라기 보다 흔히 만..
ESSAY
2023. 12. 27.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