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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 여보, 나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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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logueman 2024. 1. 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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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 창간호

 

군사정권시절 강제 해직된 기자들이 중심이 되어 창간한 한겨레신문을 등하굣길에 끼도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80년대 시대적 아픔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그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올바른 인식과 비판의식을 길러야겠다는 무슨 거창한 목적이 있었다기보다는 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는 많은 선배학생들과 시민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늘 머리를 짓누르던 때에 신문이라도 한겨레를 보는 것이 조금이나마 그들을 응원하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공부는 지지리도 못했으면서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가족들에게 '빨갱이'로 통했다. 당시 운동권에는 끼지도 못하고 관찰자의 입장에만 있었던 나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 늘 그들편에 섬으로써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대학 1학년때인 1988년 마침 5공 청문회가 열렸다. 

 

국민들의 기대속에 5공 비리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가 열렸지만 국회의원들의 수준 낮은 질의와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 그리고  증인들의 뻔뻔하고 성의 없는 답변태도에 국민들이 느끼는 모멸감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 마치 돈키호테와도 같은 기사가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무현~~~ 노무현이다.

 

논리는 정연했고, 패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으며, 언어는 서민적이면서도, 그 울림은 태산과도 같았다. 

그가 당론이나 재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증인들에게 날카로운 질문과 함께 시원하게 꾸짖는 장면은 막혔던 혈이 뚫리는 것 같은 카타르시스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그는 일약 국민적 스타가 되었다.

 

12·12 반란의 수괴들과 정주영 회장 등 재벌총수를 상대로 한 청문에서 그의 활약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으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일해재단 비리에 대한 재벌총수들에 대한 청문 질의에서 당시 풍산금속 대표에게 일갈한 장면이었다.

   

" 증인은............권부에는 영수증도 없이 34억 원씩 덥석 덥석 갖다 바치면서 내 공장 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는데 그 합의금으로 2천만 원울 주니 3천만 원을 주니 마니 하는 게 이게 이치에 맞습니까? 이런 내용이었다.

 

그의 일갈을 듣는 순간 가슴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때 그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의 책 ' 여보 나좀 도와줘'는 자신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이야기에서부터, 5공 청문회, 3 당야합(합동), 양김의 단일화 실패 그리고 소소한 삶의 이야기, 고시 합격기 등 많은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여 년만에 다시 읽어보는데도 마치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 만큼 솔직하고 진솔한 그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으며 글을 읽는 내내 그가 너무도 그리웠다. 

 

그분이 그토록 꿈꾸던 세상 '사람사는 세상'은 80년대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학생들의 운동가요 중 '어머니'라는 곡의 첫 소절에도 등장하는데 그 가사는 아래와 같다.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나의 어깨동무 자유로울 때

우리의 다리 저절로 덩실

해방의 거리로 달려 가누나

 

아아 우리의 승리

죽어 간 동지의 뜨거운 눈물

아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두려움 없이 싸워 나가리

어머님 해맑은 웃음의 그날 위해

 

상식이 통하는 세상,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지 않는 세상,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착취하지 않는 세상, 권력이 국민을 억압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었던 노무현 ~~

 

그는 내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돈키호테이다.

 

(돈키호테의 명대사 중)

 

그것은 진정한 기사의 임무이자 의무, 아니! 의무가 아니라, 특권이노라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무적의 적수를 이기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고귀한 이상을 위해 죽는 것

 

잘못을 고칠 줄 알며

순수함 과 선의로 사랑하는 것

불가능한 꿈속에서 사랑에 빠지고

믿음을 갖고, 별에 닿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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