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후배가 "형~ 좋아할 것 같아서....." 하며 미생 1질을 선물해 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 미생 ' 이 웹툰만화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어릴 때도 만화에는 별로 취미가 없었는데 정말 도끼자루 썩어나가는 줄도 모르고 읽어 나갔다.
미생(未生)
미생은 바둑에서 살아있지 못한 돌을 뜻한다.
''이끼' 와 '내부자들' 로도 유명한 웹툰작가 윤태호 씨의 작품으로 바둑기사를 꿈꾸던 주인공이 꿈을 포기하고 종합상사에 (낙하산) 계약직으로 입사해서 겪는 애환과 좌절, 그리고 정규직으로 전환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확실한 미생의 삶을 완생의 삶을 꿈꾸며 누가 뭐라든 나만의 바둑을 둔다는 신념으로 우직하게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응원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미생 시즌 2를 열심히 보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 뿐만 아니라, 1989년 치러진 우리나라의 조훈현 9단과 중국의 네웨이핑 9단의 응씨배 결승 5국에 대한 바둑전문기자 박치문 선생의 기보 해설과 관전기까지 담고 있어 그 재미가 배가된다.
응창기배는 대만의 부호 '응창기' 씨가 1988년에 만든 세계바둑기전으로 4년마다 한번씩 열려 일명 '바둑 올림픽'이라 불린다. 우승상금만도 40만달러에 달했으니 당시로선 파격적인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대회 주최측은 우리나라를 바둑의 변방이라 홀대하며 출권권을 1장만 주는 바람에 바둑황제 조훈현9단이 혈혈단신 출전하였는데 그들의 예상을 깨고 일본의 고바야시 9단, 대만의 린하이펑 9단 등 쟁쟁한 강호들을 제압하고 결승에서 철의 수문장이라 불리는 네웨이핑을 맞아 결승5번기에서 3 : 2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륙인의 우수성을 뽐내고 싶었던 주최측의 의도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
2014년( 2014.10.17 ~ 2014.12.20) 에는 드라마로 까지 제작되어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일으켰다.
출연한 배우들 각자가 연극무대 등에서 내공을 다진 사람들이었지만 대부분 지명도가 있었던 배우들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야 말로 미생에서 완생으로 삶을 바꾼 게 아닌가 싶다.
최근 큰 딸아이가 대기업에 취직을 했다. 계약직으로 입사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학공부 등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더니 정규직으로 입사한 것이다. 참 기특하고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딸아이에게 계약직으로 일할 때와 정규직이 되서의 차이점에 대해 물어보니.....
직원들을 좀 더 친절하게 대하는 점, 제공되는 식사가 좋아진 점, 복지카드가 지급되어 자기 계발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해 준다는 점, 합리적은 보상체계(인센티브제)가 운영된다는 점 등 분명 차이가 있다고 말하며 하는 일은 똑같은데........... 참 치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계약직(비정규직)~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90년대에도 계약직 사원들이 존재했다. 또 그룹공채니 잡채니 입사방법에 대한 공공연한 편가르기와 비아냥이 존재했으며, 계약직 사원들은 상여금과 복지제도에서 차별을 받았다.
이러한 비정규직 제도는 IMF로 인해 더욱 확산되어 그 부작용은 아직도 심각한 수준으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경기불황으로 인해 취업난이 가중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헛되이 죽음을 당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우리의 젊은 청춘들에게 과연 언제 완생의 삶의 환경이 주어질 수 있을까?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라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일성처럼 부디 이 땅의 모든 젊은이들이 불평등으로 인해, 과정이 공정하지 않음으로 인해 좌절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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