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에 크게 주목받았던 소설가 김훈 작가의 '하얼빈'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발과 여비 백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톡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고 작가는 말한다.
'김훈'은 고려대 영문과를 중퇴하고 한국일보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소설가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한때 엄혹한 시절 군사독재정권을 찬양하는 기사를 썼다는 비판에 부침을 겪었던 그였지만 그 시절 그 억압에 분연히 펜을 꺽었던 이들이 얼마나 된다는 말인가?
김훈이라는 작가을 처음 알게된 것은 역시 '칼의 노래'였다. 언젠가는 꼭 다시 한번 읽어보아야 할 소설이다.
그의 글에서는 화려한 수사나 장황하고 번잡스러운 장문의 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물이나 인물(심리), 그리고 상황묘사 등에 있어 단문들로 이어지는 형태의 글들이 많아 읽기가 쉽다. 그러나 꼼꼼히 읽어나가지 않으면 그 글이 담고있는 의미를 자칫 놓치기가 쉽다는 점에서 속독보다는 정독이 더 좋은 독서법이라 생각된다..
그의 소설 '하얼빈'의 시작은 이은, 메이지, 이토히로부미, 배설(Ernest Thomas Bethell 1872.11.3 ~ 1909.5.1) , 대한매일신보, 제2차 한일협약 등 근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과 사건들로 부터 시작된다.
영친왕으로 더 기억되고 있는 이은(李垠 1897.10.20 ~1970.5.1)
고종의 7번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황태자로 책봉되었으나 일본의 강압(볼모)으로 일본 유학을 떠나 일본육군사관학교와 육군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군 중장의 지위까지 올랐으며 일본왕족인 마사코(이방자)와 정략결혼을 하였다.
해방 후 그는 그토록 귀국을 원했지만 친일을 했다는 지적과 정치적인 셈법으로 인해 번번히 거절당하다 1963년에야 뇌출혈로 인한 혼수상태가 되어서야 귀국하여 1970년에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후일담에 의하면 12살의 어린나이에 일본유학을 했으나 우리말을 아주 명확하게 잘 했다고 하며, 6.25에 참전하고 싶어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비록 일본에 볼모로 잡혀있었지만 늘 고국을 그리워하며 황태자로서의 본분을 다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속 순종은 무력했고 이토는 집요하고 교활했다. 순종은 과거에 집착했고 이토는 일본제국의 미래를 도모코자 했다.
전국의 의병들은 죽음으로써 무력한 정부를 꾸짖고 있었다.
이강년은 문경에서, 신돌석은 경북 영덕에서, 이인영은 원주에서, 최익현은 전북 태인에서..... 전국 곳곳에서 일어선 의병들은 각기 스스로 곡기를 끊고 죽거나 전장에서, 감옥에서 스러져 갔다.
소설의 전반부는 나를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수업 시간의 교실로 돌려놓은 듯 하다.
안중근의사가 이토를 어떻게 처단하였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결말은 초등학교 학생들도 아는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거사 이후 그의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의 깊이가 어떠했는가는 소설의 후반부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아직까지 그분의 유해를 찾아 조국의 땅에 모시지 못하고 있음은 너무도 죄스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와 관련하여 큰 논쟁이 있었다.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해서 과거정부에서 장군의 유해를 먼 타국(카자흐스탄)에서 어렵게 모셔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무슨 이유로 그분의 과거 공산당 입당 전력등을 들먹이며 우리나라 독립운동사를 제멋대로 난도질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길이 없다.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 " 는 말처럼 쓰라린 역사를 기억하지도, 바르게 기록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또다른 치욕적 역사가 찾아올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그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도 역사가 왜곡되거나 부정당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우리는 안중근 의사가 쏜 총성이 단지 민족의 대적 이토만을 죽이기 위함이 아니라 산산히 조각난 민족의 얼과 무력한 민중의 혼을 일깨우고자 했던 일이었음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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