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장편소설 '황금종이'
"매일 생각하고, 매일 걱정하고, 매일 꿈꾸는 것!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자, 그 누구인가?"
우리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마다 써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을 갖게 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의식, 무의식 중에 날마다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의식, 무의식중에 날마다 걱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지니면 힘이 나고, 없으면 힘이 빠지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남에게 줄 때는 쉬워도 남에게 얻기는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너나없이 가장 갖기를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행복과 불행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삶에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어느 만큼 지니지 못하면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박탈해 버리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전혀 갖지 못하면 곧바로 죽음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하여 5,000여 년에 걸쳐서 줄기차게 우리를 지탱해 온 것은 무엇일까?
그러므로 우리는 그 마력에 휘말려 얼마나 많은 비극적 연극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것일까?
작가의 서문에 이 소설의 모든 것이 다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그의 서문을 '돈'에 대한 정의(定義)로 읽는다.
돈의 노예가 된 인간을 향한 안타까움을 담은 자조이며 사전적, 경제학적.... 그 어떤 정의보다 돈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치르고 있는 돈과의 전쟁에서 난 그들이 승리하기를 난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그러나 그런 나의 바람은 '돈'의 잔인하고 무지막지한 칼날에 맥없이 짋밟히고 말았다. 그것이 돈의 힘이었다.
그렇다. 돈은 늘 해소되지 않는 목마름이며, 짊어지기 버거운 무거운 짐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마치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마약 같은....
그래서 우리는 각자 모두 새벽에 일어나 각자의 일터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돈'으로 교환하고자 기를 쓰고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지구상에 '돈'의 속박에서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그 사람들 속에 내가 있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랑보다 돈을 선택한 젊은 청춘의 영악함이 서럽고, 그 사랑 때문에 아니 '돈'의 저주에 소중한 생명을 빼앗긴 저 가엾은 영혼 앞에서 그 어떤 해법도 제시할 수 없음에 또 서럽다.
돈으로 인해 겪는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기에, 돈으로 인해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도리도 저버리는 그들의 선택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아니 나도 그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나도 그 부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한낱 미약한 인간임을 알기에 나는 그들에게서 나를 본다.
누구나 꼭 한 번은 읽어보아야 할 소설이다.
조영래 - 전태일 평전 (1) | 2024.01.24 |
---|---|
조셉 젤리네크(Joseph Gelinek)-10번 교향곡 (0) | 2024.01.18 |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 -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 (2) | 2024.01.17 |
김훈 - 하얼빈 (4) | 2024.01.10 |
미생 - 윤태호(미생에서 완생으로) (1) | 2024.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