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가객 "최백호"
가수 최백호(崔白虎) 선생님의 "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지하철 역사내 서점에서 그의 책을 발견한 순간....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책의 표지에 실린 그의 흑백사진을 보면 영락없는 시골 농부의 얼굴이다.
그 어떤 꾸밈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정리되지 않은 눈썹, 곳곳에 피어난 검버섯, 깍지않은 덥수룩한 수염, 세월을 거스르지 못했지만 겸허히 받아낸 삶의 표식같은 깊은 주름 등 너무도 푸근하고 소박한 모습은 딱 동네 아저씨다.
어린시절 최백호는 나에게 조용필, 이은하 등과 함께 기피대상 인물 중 하나였다.
왜냐하면 어른들이 tv채널을 독점하게 만드는 요인이었기 때문에.... 그의 노래를 이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었다.
술집을 드나들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서 그의 노래를 온전히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그 곡은 바로 " 입영전야 " .....
1977년에 발매된 그의 2집 앨범의 B면 첫곡이 "입영전야"인데 가사가 예술이다.
" 아쉬운 밤 흐뭇한 밤 뽀오얀 담배 연기
둥근 너의 얼굴 보이고 넘치는 술잔에 너의 웃음이
정든 우리 헤어져도 다시 만날 그날까지
자~~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지난날들 돌아보면 숱한 우리 얘기
넓은 가슴 열리고 마주 쥔 두손엔 사나이 정이
내 나라 위해 떠나는 몸 뜨거운 피는 가슴에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
" 멋지다 " 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것은 노래가사라기 보다 한편의 멋진 시다. 본인이 직접 작사/작곡을 했다고 하니 싱어송롸이터로서의 재능이 넘쳐남을 알 수 있다. 이곡 뿐만 아니라 그가 작곡한 곡들 대부분의 가사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글쓰는 작가가 되었어도 좋을 멋진 글솜씨다.
80년대 술잔이 오고가고 취기가 오를 무렵 주점에는 가끔 이곡이 흘러나왔다. 입대를 앞둔 청춘들의 심금을 울리는 곡이면서도 언제 들어도 기분좋은 곡이다. 90년대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와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그 전까지 그들에게는 이곡이 단연 최고였다.
그외에도 그의 데뷔곡인 "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 는 꼭 가을이 아니더라도 매력적이다. 나이 40이 넘어서야 다시 들어보며 정말 노래 잘한다는 생각을 한 것을 보면 그의 노래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야 그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 있나보다.
최근에는 나이가 무색하게 신곡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데.... " 바다 끝 ", " 부산에 가면 ", " 덧칠 " 등은 가창력에 원숙미가 더해져 마치 노래는 이렇게 하는거야~ 라고 강변하는 듯 하다. 가히 압권이다.
최백호의 산문집 -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책에서 그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겪었던 소소한 일들에 대한 소회와 함께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가져야할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삶의 진정성은 곧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Key임과 동시에 남을 대하는 일, 내가 하고 있는 일, 나 자신을 대함에 있어서도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임을 강조하고 있다.
살아보기 장의 글에서는 가슴을 후벼파 듯 정곡을 찌른다.
" 꽃이 나를 때렸던가? 바람이 내게 상처 주었던가?
아니다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인 나를 때리고 모욕하고 상처 내더라.
나는 늙어 쪼그라진 몸이 되어도 내 옷자락을 들출 것이 인간임을 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잊어버릴 것임도 안다. 잔인한 것들, 사람--- "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던가? (탈렌트 김혜자 선생님의 책 제목)
나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남에게 받은 상처는 쉬이 잊지 못하고 있으면서 정작 남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었던 기억은 별로 하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반성할 게 많아도 너무 많다. 작은 일에 감사하고 늘 겸손한 삶을 살아온 가수 최백호님~
그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방송을 통해 작두를 타듯 혼을 다해 부르는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것, 라디오를 통해 그의 목소리를 매일 들을 수 있는 것, 그의 노래로 추억을 소환하고 돌아보며 웃음질 수 있는 것, 이 모든 일들은 그분의 할머님 말씀처럼....................
그거는.......... 고마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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