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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영웅들을 기리며

ESSAY

by analogueman 2024. 1. 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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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서울의 봄

 

서울의 봄~

 

1968년 '프라하의 봄'이라 일컬어지는 체코에서의 민주화 운동을 비유하여 표현한 것으로 10·26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으로부터 12·12 신군부의 반란이 있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즉, 학창시절 배웠던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의 봄이 조국의 광복을 의미하듯 서울의 봄은 독재정권의 몰락과 함께 다가올 민주화(직선제 개헌 등)에 기대감이 팽배했던 시기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의 기대는 12·12 군사반란 사태로 물거품이 되고 또다시 체육관 선거(선거인단을 통한 대통령 선출)를 통해 전두환이 정권을 찬탈하고 이후 학생들과 시민들의 뜨거운 민주화의 요구와 투쟁을 통해 직선제 개헌을 중심으로 한 6·29 선언을 이끌어 냈지만......

 

김영삼, 김대중 후보의 단일화 실패로 또다시 그 반란의 수괴중 한 사람인 노태우가 정권을 잡게 되었으니 그동안 민주화를 위해 국민들이 흘린 피가 강을 이루고도 남음이 있을진대...... 이 얼마나 원통하고 비통한 일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당시 양김의 단일화 실패와 노태우의 당선은 받아들이기 힘든 기형적인 결과였으며,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는 말이 생각나게 할 만큼 자조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은 10·26 이후 전두환이 중심이 되어 '하나회'라는 사조직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군사반란을 일으켜 국가권력을 찬탈한 신군부의 만행을 폭로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이다.

 

이미 관객수 천만을 훌쩍 뛰어넘어 앞으로 '명량'이 기록한 1,760만명의 기록을 넘어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부 중·고등학교에서도 단체관람을 하거나,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이 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완성도는 물론 교육적 가치로도 충분함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학교장의 월권행위라는 등의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며 당국에 고발을 하는 등의 작태를 보이고 있는 일부 보수 우익단체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이란 말인가?

 

나는 23년이 저물어 가는 12월의 마지막 날 아내와 함께 집 근처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휴일이라서 인지 100여 개의 좌석이 거의 찰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는데 영화의 일부 장면에서는 관객들의 탄식이 들려오기도 했으며 나 자신도 영화를 보는 내내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가 무척 힘들었다. 

 

☆☆ 장태완 장군과 그 가족들의 비극

 

영화에서 전두환이 그를 '갑종' 출신이라며 비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고 군에 간부요원이 부족하자 이를 빠르게 보충하기 위해 설립된 '육군종합학교' 출신이라는 뜻으로 자신들은 정규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엘리트 의식이 얼마나 팽배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군은 12·12 사태 이후 반란군에게 불법연행되어 온갖 고문을 받고 82년 강제 예편되었고 그의 가족 또한 상상하기 힘든  참극을 겪게 되는데.......

 

그의 아버님은 아들이 반란군 진압에 실패하고 신군부에 의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곡기를 끊고 술만 드시다가 80년에 돌아가셨고, 82년 서울대학교 자연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아들은 도서관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나가서 행방불명되었다가 같은 해 낙동강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장군 본인이 2010년 지병으로 사망한 후에는 그의 부인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믿기 힘든 비극을 맞이했다.

 

그 외에도 당시 특전사령관 정병주 장군은 89년 송추 인근의 야산에서 목을 맨 사체로 발견되었으며, 장군의 곁에 끝까지 남아 지키려 하다 반란군의 총탄에 숨을 거둔 김오랑 소령의 부인은 91년 평소 봉사활동을 하던 시설에서 추락사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반란을 주도하여 정권을 찬탈하고 부와 명예를 맘껏 누리다가 간 저들이 국립묘지에 저 영웅들과 함께 묻힐 수가 있었으며 또 그 수괴들은 무슨 이유로 사면되어 천수를 누리다가 죽어갔는가?

 

이게 정말 나라란 말인가? 이 영화를 본 모든분들이 나와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모쪼록 이 영화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며, 그들이 죽음으로도 지키고자 했던 이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시는 이런 뼈저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진지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이 자리를 빌려 '수경사령관 장태완' 장군과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애쓰다 희생된 수많은 호국영령들께 한없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머리를 숙인다.

 

부디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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